이더랩 김경수 대표
한국은 현재 심각한 인구절벽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출산율 하락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령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이미 많은 지방대학은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해외 유학생 유치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KCUE)에 따르면, 대학 진학 가능 연령 인구는 2020년 약 46만 명에서 2040년에는 약 28만 명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신입생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며, 지방대학의 경우 이미 정원 미달이 현실화된 지 오래다. 따라서 국내 학령인구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은 국내 학생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2024년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총 20만9천여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인다. 반면 지방대학의 유학생 유입은 여전히 부진하다. 이 같은 현상은 장기적으로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글로컬 대학'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역 대학을 육성하자는 취지다. 그 선두에 선 대학이 바로 경희대학교다. 경희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학생 유치를 전략적으로 진행해 외국인 학생 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어려움을 겪던 중앙대학교와 한양대학교도 경희대의 전략을 따라 중국, 베트남 등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유학생의 출신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출신 국가는 중국(34.5%)과 베트남(26.8%)이 가장 많지만, 몽골,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되는 추세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질적 다양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Study Korea 300K 프로젝트'를 통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학들은 IEQAS 인증, 장학금 확대, 기숙사 지원 강화 등 해외 마케팅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첫째,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대학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 한국어 능력 기준 완화가 유학생 모집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학업 지속과 적응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국어 및 문화적응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불법체류 및 중도탈락 문제 해결을 위한 관리 시스템 강화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유학생들이 졸업 후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취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 전국의 대학들은 국내외의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단순한 유학생 숫자 늘리기를 넘어, 유학생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대학 마케팅은 이제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대학의 생존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필수 전략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