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음성비서 시리의 기능 강화를 위해 오픈AI 또는 앤트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WWDC 2024에서 공개한 새로운 시리 버전의 출시가 지연되면서 대안으로 추진되는 방안이다.

Apple / Engadget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애플이 사내 AI 모델로 구축한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이 아닌, 외부 AI 모델을 활용해 개인 맥락을 이해하고 앱 내에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시리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당초 2025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3월 공식적으로 이를 연기한 바 있다.

이번 계획에 따라 애플은 오픈AI와 앤트로픽에 자사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 서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모델 훈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서버는 애플 자체 칩 기반 보안 서버다. 기기 내 처리 한계를 넘는 AI 기능을 지원하는 데 활용된다.

애플은 이미 애플 인텔리전스의 일부 기능에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리 전체를 제3자 AI에 의존하는 것은 이례적인 변화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현재 대부분의 AI 기능을 자체 개발한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로 구동 중이며, 해당 기술 기반 시리를 2026년 출시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략 전환은 애플 내부 AI 조직의 변화도 반영한다. 존 지안안드레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더리기로 AI 팀 리더십이 교체됐으며, 시리 개발은 애플 비전 프로 총괄이었던 마이크 록웰이 새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사 AI 모델 활용은 삼성전자와 유사한 접근 방식이다. 삼성의 갤럭시 AI는 자체 소프트웨어와 구글의 제미니를 병행 사용하고 있다. 애플 역시 이번 도입이 일시적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다시 자체 기술로 회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는 과거 구글 지도에서 애플 지도로 전환한 사례와 유사한 흐름이다.

새로운 시리 버전은 2026년까지 출시되지 않을 예정이며, 올해 가을에는 iOS 26, iPadOS 26, macOS 26과 함께 일부 AI 관련 기능만 제한적으로 제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