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걸밴드 QWER이 뉴진스로부터 현대면세점 모델 자리를 이어받으며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QWER 특유의 팬덤 구조와 브랜드 적합성이 광고주의 선택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진스가 화려한 글로벌 행보 속에서도 내부 갈등으로 장기 모델 활동에 제약을 받은 반면, QWER은 안정적이고 소비력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현대면세점의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 그룹은 화제성과 대중성을 무기로 단기간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동시에 학폭 논란, 멤버 이탈, 소속사 분쟁 등 변수가 많아 모델로서의 생명력이 짧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뉴진스의 몰락은 진심으로 안타깝다 (사진=뉴진스를 모델로 촬영한 코카콜라)

뉴진스·피프티피프티 사례가 보여준 변수

대표적 사례가 뉴진스다. 뉴진스는 데뷔 직후부터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계약을 체결하며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외 패션, 뷰티, 전자기기, 음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모델로 기용되며 “Z세대를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불렸고, 한때는 그룹 전체가 ‘광고 프리패스’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멤버와 소속사 간 갈등, 전속계약 문제, 외부 이해관계 논란 등이 이어졌고, 일부 광고주들은 장기 계약을 망설이게 됐다. 결국 뉴진스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높지만, 장기적 모델 활용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많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은 피프티피프티 역시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차세대 글로벌 걸그룹’으로 불리며 광고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소속사와의 법적 분쟁이 불거지며 그룹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광고 계약 역시 대부분 조기 종료되거나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며,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빠르게 정리된 바 있다.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QWER (사진=QWER의 현대면세점 광고)

QWER, 재계약으로 입증한 안정성과 효율성

반면 걸밴드 QWER은 데뷔 7개월 만에 음료 광고 재계약을 성사시키며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단기 계약이 관례인 업계에서 재계약이 체결된 것은 광고주가 QWER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이후 금융, IT, 생활용품 등으로 광고 활동을 넓히며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QWER의 차별화된 성공 요인은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랭키파이에 따르면 QWER의 성별 관심도는 남성이 62%, 여성이 38%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여성 팬이 다수를 차지하는 K-팝 그룹과 달리, QWER은 남성 팬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타깃이 명확해 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연령별 관심도 조사에서도 뚜렷한 특징이 나타났다. 10대 9%, 20대 41%, 30대 34%, 40대 13%, 50대 3%로, 20대와 30대가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이는 경제적 소비력이 높은 세대가 팬덤의 주축임을 의미하며, 실제로 QWER의 공연 티켓과 공식 굿즈는 발매 즉시 완판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팬덤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 서포트 문화는 브랜드 협업과도 직결돼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 QWER의 관심도 (사진=썸트렌드 QWER 언급량 그래프)

멤버 전원의 긍정적 이미지와 고른 인기 분포도 QWER의 강점이다. 학폭이나 사생활 논란 같은 부정적 이슈가 없고, 특정 멤버에게만 인기가 집중되지 않아 광고주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적다. 이는 어떤 멤버와 협업하더라도 안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지난 10년간 아이돌 광고 시장을 분석해온 브랜드마케터 이기창대표는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초기 화제성에 힘입어 광고 모델로 기용되지만, 팬덤 불안정성과 리스크 요인 때문에 짧은 주기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QWER은 남성팬들의 성별 관심도와 20·30대 중심의 소비력 있는 팬덤 구조 덕분에 광고주에게 장기적 가치를 제공하는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QWER의 사례는 광고주에게 단순 인기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며, 아이돌 광고모델 전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