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광고제에서 인공지능(AI)으로 데이터를 조작한 캠페인의 수상이 철회돼 광고 윤리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칸 라이언즈는 지난달 16일~20일까지 프랑스 깐느에서 열린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인 콘설의 '효율적인 결제 방법'에 대해 수상을 철회했다고 27일 밝혔다. 수상이 철회된 캠페인은 브라질 광고회사 DM9가 제작한 '효율적인 결제 방법(Efficient Way to Pay)'이다.
칸 라이즈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창의적 데이터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캠페인의 핵심 내용을 담은 영상에서 AI로 만든 가짜 장면이 드러났다. 특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 의원 디앤드리아 살바도르의 연설 장면과 CNN 브라질 뉴스 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칸 국제광고제와 DM9는 즉각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상을 서로 합의하여 철회했다. 또한 DM9는 추가로 받은 다른 캠페인의 수상도 철회하면서 총 12개의 상이 취소됐다. 사건의 책임을 지고 DM9의 공동대표 겸 최고 창의 책임자인 이카로 도리아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칸 국제광고제는 AI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광고를 출품할 때 AI 사용 여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하며, 책임에 대한 서약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AI로 제작된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는 탐지 기술을 도입하고 AI 윤리 위원회도 구성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광고업계의 유명 유튜브 채널 WLDO는 이번 사건을 두고 "케이스 필름은 광고제에서 성과를 강조하는 영상이다. 영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실제 캠페인의 목적과 의도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수상을 위해 이 영상을 조작한 행위는 대행사는 물론 의뢰한 브랜드의 명성까지 손상시키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내 관련 업계에서도 이번 사건이 비단 해외 사례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광고업계에서도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상프로그램 제작사 애드모먼트 정민우 대표는 "AI는 광고 창의성에 큰 도움이 되지만 윤리적 책임과 투명성이 필수"라며 "AI 광고는 신뢰를 기반으로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