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랩 김경수 대표


현대 소비자의 집중 시간은 8.25. 이는 금붕어의 집중력보다도 짧다.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정보를 훑어보는 시간, 광고를 보는 시간, 브랜드 메시지를 읽는 시간 모두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15초 이내에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하면 즉시 다른 콘텐츠로 이동한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새로운 소비 패턴이다.

틱톡의 평균 영상 길이는 약 15초, 인스타그램 릴스는 30초, 유튜브 쇼츠는 15~60초다. 각 플랫폼은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속도에 맞춰 점점 더 짧고 강렬한 포맷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최대 15초 안에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략이다. 긴 설명보다 즉시 이해되는 핵심 메시지, 직관적인 비주얼,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간결한 콘텐츠가 중심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네이버 블로그의 평균 체류 시간이 2분을 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용자들이 짧은 시간 안에 핵심 정보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체류 시간도 점차 짧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모바일 사용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콘텐츠는 첫 화면에서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고, 1분 이내에 이탈하는 사용자를 붙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챗GPT의 등장 이후 AI 요약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네이버 클로바X의 요약 기능 사용률은 출시 6개월 만에 300% 증가했고, 구글의 SGE(Search Generative Experience)는 검색 결과를 3줄로 요약해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AI가 정리해준 핵심 포인트를 통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린다.

Z세대는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보다 댓글을 더 신뢰한다. 실제로 국내 20대의 73%가 구매 결정 시 댓글과 리뷰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기존 마케팅 패러다임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한다.

하지만 짧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요약된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확성이다.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둘째는 진정성이다. 짧은 메시지 안에서도 브랜드의 진심이 느껴져야 한다.최근 급성장한 브랜드들을 보면 모두 이 두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복잡한 제품 기능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브랜드 철학을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며, 고객과의 관계를 짧은 대화로 만들어간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압축'과 '확장'의 예술이다. 핵심 메시지는 최대한 압축하되, 그 임팩트는 최대한 확장시켜야 한다. 3초 안에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15초 안에 구매 욕구를 자극하며, 30초 안에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새로운 마케팅의 목표다.

성공하는 브랜드와 사라지는 브랜드의 차이는 이제 명확하다. 얼마나 짧고 강력한 메시지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 그것이 디지털 시대 마케팅의 핵심 경쟁력이다. 요약의 시대, 준비된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