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이 현지시간 4일 AI 연산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위한 신형 네트워킹 칩 ‘제리코4’와 ‘토마호크 울트라’를 공개하고 출하를 시작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초고속·고성능 반도체와 네트워크 인프라 확충이 본격화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조용한 AI 강자로 알려져 있다 (사진=브로드컴 인베스팅닷컴 차트)

브로드컴은 이번에 발표한 두 제품을 통해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서버 클러스터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제리코4는 최대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데이터센터를 연결할 수 있으며, 대규모 AI 워크로드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를 탑재했다. 수천 개 GPU 간 데이터 전송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최대 약 4,500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할 수 있다. 전송 과정에는 암호화 기술이 적용돼 보안성이 강화됐다. 현재 일부 클라우드 및 네트워크 장비 업체에 샘플 출하가 이뤄지고 있으며, 약 9개월 내 상용화가 예상된다.

브로드컴의 전략은 엔비디아의 NVLink 기반 네트워킹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이더넷 중심 AI 인프라’를 확산시키는 데 있다. 엔비디아가 자사 GPU와 NVLink, 인피니밴드를 묶어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반면, 브로드컴은 범용 이더넷 기술을 기반으로 확장성과 비용 경쟁력을 앞세운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특정 공급사 의존도를 줄이려는 흐름과 맞물려 채택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vs 브로드컴 AI 네트워킹 솔루션 비교 (사진=AI마케팅뉴스 표)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의 K반도체 전략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AI 반도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퍼센트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고속 인터커넥트, 스위치 칩 등 네트워킹 분야 연구개발 지원이 대폭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HBM3E와 차세대 CXL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기반 인터커넥트 칩셋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과 저지연 인터포저 패키징 기술을 결합한 모듈을 선보이며 국내외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한화시스템 등도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며 400GbE에서 800GbE급 이더넷 스위치, 광트랜시버 등 초고속 네트워킹 장비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용인, 평택, 세종 등지에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캠퍼스 조성이 진행 중이며 일부 센터에서는 자체 개발한 패브릭 관리 소프트웨어도 운영되고 있다.

AI 마케팅 전문가 에이치엘스토리 최진명 대표는 “AI 서비스 확장은 단순히 연산 능력 향상만으로는 불가능하며 GPU를 연결하고 데이터를 빠르게 교환하는 네트워크 구조가 핵심”이라며 “브로드컴이 제시하는 이더넷 기반 네트워킹 솔루션은 투자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뿐 아니라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브로드컴은 칩 출하와 동시에 이더넷 기반 AI 인프라 표준화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엔비디아 중심의 AI 네트워크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글로벌과 국내 데이터센터 설계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