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25일 엔비디아가 차세대 로봇용 인공지능 칩 ‘젯슨 AGX 토르’를 공개하며 물리적 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선언했다. 이 칩은 로봇이 단순한 기계가 아닌 ‘생각하는 기계’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발표는 세계 로봇·자율주행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아마존 로보틱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젯슨 토르를 도입하며 로봇 두뇌 경쟁에 불을 지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자체 AI 칩과 로봇 두뇌 모듈 개발에 속도를 내며 국제 경쟁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로봇의 두뇌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는 최신 그래픽 칩과 대용량 메모리를 탑재해 기존 제품보다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7배 이상 높이고, 전력 효율도 3배 이상 개선됐다. 이 칩은 로봇의 눈과 귀로 들어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자율 이동, 환경 인식, 의사결정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차량용 ‘드라이브 AGX 토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며 안전성과 보안성까지 갖췄다.

아마존 로보틱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메타, 캐터필러 등 세계적 기업들은 젯슨 토르를 채택해 자사 로봇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체 BYD, 샤오미, 볼보도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개발에 합류하며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로봇의 두뇌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세계 최초 상용 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한 기업으로, 현재는 양팔 로봇과 의료용 로봇에 AI 모듈을 탑재해 자율성과 판단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에 인공지능 제어 기술을 결합해 공정 자동화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HD현대로보틱스는 다관절 로봇과 서비스 로봇에 AI 기반 제어 모듈을 탑재해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인증을 획득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
(사진=서울로보틱스 자율주행 시연 장면)

서울로보틱스는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차량과 로봇의 눈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자율주행 및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사실상 로봇 두뇌의 감각기관에 해당한다.

정부도 국내 기업들의 두뇌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시켰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 등이 참여한 이 연합은 2028년까지 ▲20kg 이상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는 휴머노이드 상용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 ▲범용 로봇 두뇌 모듈 공동 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리벨리온-아톰-맥스ATOM-MaxPC SK텔레콤 제공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한 이후, 리벨리온이 엔비디아와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칩 리벨 쿼드를 공개했다. 이번 칩은 삼성전자의 최신 4나노 기술로 만들어졌고, 초고속 메모리를 4개나 집적해 144GB라는 큰 용량을 확보했다. 데이터 처리 속도도 초당 4.8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쉽게 말해, 로봇이 눈과 귀로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더 빨리, 더 많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리벨리온은 리벨 쿼드 양산 시기를 앞당겨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SK텔레콤, 해외 서버 기업들과 손잡아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도 진출하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에 자회사를 세우고 아람코와 협업을 확대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로봇전문가 에스투글로벌의 강성화 대표는 “엔비디아 젯슨 토르는 로봇을 단순한 기계에서 ‘생각하는 존재’로 진화시키는 핵심 두뇌”라며 “국내 기업들이 자체 두뇌 칩과 AI 모듈 개발을 강화하는 것은 글로벌 로봇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로봇 산업은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생태계와 협력하면서 동시에 자체 두뇌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