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SOVAC 2025 행사에서 스타트업의 ESG 경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주제로 한 ‘From Survive to Sustain’ 세션이 진행됐다. 이번 자리에서는 스타트업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ESG를 통한 성장 전략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는지가 논의됐다.
위벤처스, 어글리랩, 트리플라잇 등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여해 조직 내 ESG 내재화 방안과 투자자·지원기관의 역할을 공유했으며, 해외 빅테크 기업의 ESG 전략과 비교하며 한국 창업 생태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세션에서는 조직 내부에서 ESG를 정착시키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공유됐다. 위벤처스 하태훈 대표는 “조직 구성원 전체가 동일한 용어와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ESG 위원회를 출범하기 전 전 직원이 전문 교육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공동의 언어가 형성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갈등과 손실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어글리랩 서호성 대표는 ESG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조직 문화적 장치로 ‘껍질 만들기’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채용 공고와 인터뷰 과정에 ESG 가치를 반영해 지원자와 자연스럽게 합의를 형성했다고 설명하며, “대표 혼자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중 일부가 계속 같은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조직적 합의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트리플라잇 이은화 대표는 ESG를 외부에 알리고 시장과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을 중시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단계적으로 ESG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디캠프와 같은 창업 지원기관이 이 역할을 체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 사례는 스타트업에 현실적 교훈을 던졌다. 애플은 2030년까지 전체 가치사슬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201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60% 이상 줄였다고 밝혔다. 320개 이상의 협력사는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약속하며 탄소 감축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변화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2050년 기업 전체 탄소중립, SK하이닉스는 2050년 넷제로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스타트업의 납품, 제휴, 투자 유치 과정에서 ESG 데이터의 정확성과 추적 가능성을 요구하는 기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마케팅 전문가 청담파트너스의 조성철 대표는 “ESG는 단순한 기업 홍보 수단이 아니라 투자자, 소비자, 글로벌 시장 모두에게 필수적인 신뢰의 기반”이라며 “스타트업이 초기부터 ESG를 내재화할 경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장기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규제와 제도가 빠르게 정비되고 있어, 스타트업이 ESG를 선도적으로 수용한다면 글로벌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회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SOVAC 세션은 스타트업의 ESG 전략이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성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가 ESG를 어떻게 제도화하고 현장에 뿌리내리게 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