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앞광고’ 전성시대가 열렸다. 앞광고란 영상이나 콘텐츠 시작 전에 ‘이 영상은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처럼 광고임을 명확히 밝히고 시작하는 형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광고임을 숨기고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PPL이 많았지만, MZ세대는 오히려 광고임을 당당히 공개하는 ‘앞광고’에 더 호감을 보인다. 특히 드라마 속 억지스러운 PPL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고 부자연스럽게 삽입될 경우, 시청자들은 “광고가 너무 티 난다”는 거부감을 드러낸다. 반대로, 콘텐츠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녹인 앞광고는 재미와 정보, 두 가지 만족을 동시에 준다.
의외로 PPL이었던 김치싸대기 장면 (사진=MBC 유튜브채널)
크리에이터 ‘수밤이’의 청소기 광고는 이를 대표하는 사례다. 평소 게으르고 지저분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던 그녀의 브이로그에, 청소기를 사용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광고임을 시작부터 밝히면서도 일상의 흐름을 해치지 않아 시청자들은 웃음과 제품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올해 본 유튜버중 가장 신박하닼ㅋㅋㅋㅋㅋ”"진짜 매력적인데....나는 감당 못하겠다..."는 반응이 댓글에 이어졌으며, 브랜드 부드럽게 각인됐다.
크리에이터 수밤이의 반지하 자취방에 찰떡인 청소기 PPL (사진=유튜브 수밤이 채널)
또 다른 크리에이터 ‘발명킹밥테일’은 필요 없어 보이는 발명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유명하다. ‘미친 출력으로 움직이는 제트엔진 의자(핵편함)’ 영상에서는 광고주의 의자를 발명품 스토리에 녹여내, 마지막까지 시청자가 시선을 뗄 수 없게 했다.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발명품의 독창성과 유머를 통해 의자의 다양한 장점을 부각시켰다. 해당 영상에는 “광고 진짜 싫어하는데 ㅋㅋㅋ 미쳤네 이건 안 볼 수가 없잖아 ㅋㅋㅋ”, “당연히 광고주가 허락했겠지?? 광고주도 제정신이 아니네 ㅋㅋㅋㅋ”라는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됐다.
PPL로 받은 의자에 제트엔진을 설치해서 이동하는 의자로 만들었다. (사진=발명킹밥테일)
이러한 광고의 소비 패턴은 ‘디토(ditto) 소비’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디토 소비는 ‘나와 비슷한 사람,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선택한 제품을 나도 선택한다’는 MZ세대의 구매 방식이다. 수밤이의 청소기 광고가 효과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직장에 다니며 원룸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이기에 시청자들에게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준다. 시청자들은 평소 그가 보여주는 ‘게으른 일상’ 속에서 청소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도 쓰는 거라면 나도 써보고 싶다”는 심리를 자연스럽게 느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광고 시장의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다고 본다. 콘텐츠마케팅 전문가 지니박스의 최동영 차장은 “MZ세대는 광고를 광고답게 보는 순간 흥미를 잃는다”며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창의적으로 녹여낸 광고가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특히 디토 소비 경향을 고려하면,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은 설득력을 크게 높인다”고 말했다.
광고를 단순한 ‘삽입물’이 아닌 ‘콘텐츠의 일부’로 만드는 전략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수밤이와 발명킹밥테일처럼 크리에이터의 개성과 세계관을 살린 광고는 시청자에게는 재미와 몰입을, 광고주에게는 호감과 설득력을 동시에 제공한다. 억지스러운 PPL이 외면받는 시대, 자연스럽게 스며든 ‘앞광고’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